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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제24차 북가주 교사 연수회 - 홍연숙 교수님 강의 원고
Details
Category: 보도 기사
23 March 2005
Last Updated: 23 March 2005
Hits: 7021

제24차 북가주 교사 연수회 - 홍연숙 교수님 강의 원고

지난 2003년 4월 5일 제24차 북가주 교사 연수회에서 좋은 강연을 해주신 홍연숙 교수님께서 강의 원고를 보내 주셨습니다. 보다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배려해주신 홍 교수님께 깊이 감사합니다.

북가주한국학교협의회 제24차 교사연수회 (2003년 4월 5일, 4:30-6:00pm, 7:00-8:00 p.m.)

- 원어민 교사와 문법: 알긴 아는데 설명이 힘들어 -

홍연숙 (한양대 명예교수 언어학)

한국사람이 영어를 배워서 영어 선생이 되면 영어회화는 잘 못해도 문법에만은 "도사"가 된다. 반면, 한국어 원어민(국어학을 전공하지 않은)이 한국어 교사가 되면 한국말은 잘하는데 문법 실력은 많이 달린다. 이것은 영어를 배울 때는 의식적으로 문법을 따지면서 배웠고, 한국말은 문법을 의식하지 않고 무조건(?) 따라 배웠기 때문이다. 요컨데, 무의식적으로 습득한 언어지식은 교사가 알긴 하지만, 문법설명을 잘 못한다. 그래서 국어가 전공이 아닌 교사의 문법실력은 형편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강의에서는 저의 경험을 통해 얻은 몇가지 문법적 요소를 소개하려고 한다.

  1. "선생님, [에]와 [애]의 발음이 어떻게 달라요?" (한글 모음 가르치기)
  2. "옷에는 [오세]로 발음하는데, 옷안에는 왜 [옫안 -> 오단]이 되고, [오산]이 안되나요?" (한글 자음 가르치기)
  3. "짧다는 [짭따]와 [짤따] 중 어느 발음이 맞나요?" (겹받침의 발음)
  4. "지금 시간은 한시 열다섯분(?)이에요." (한국의 숫자)

1  모음 가르치기

한글의 자모음은 몇 자인가? 보통 24자라고 답하기 쉬운데, 실은 40자로서 모음이 21자, 자음이 19자이다. 우선 모음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단모음:   ㅏ ㅓ ㅗ ㅜ ㅡ ㅣ ㅐ ㅔ (8 -> 7)
중모음: (y + vowel) ㅑ ㅕ ㅛ ㅠ ㅒ ㅖ (6 -> 5)
  (w + vowel) ㅘ ㅙ ㅝ ㅞ ㅚ ㅟ (6 -> 4)
  (u + i) ㅢ (1 -> 1)

      21 -> 17

먼저, 규범에 따르면 한글의 모음은 10개다. 그런데 사실상 [ㅚ]와 [ㅟ]는 이중모음으로 발음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가르치기 위하여 여기서는 사실상 표준어를 말하는 일반대중이 쓰는 발음을 논하기로 한다. (단모음과 이중모음의 차이: 단모음은 길게 발음했을 때, 그 음가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단모음 [아]를 아무리 길게 발음해도 입 모양이 변하지 않고 소리도 처음과 끝이 같다. 그러나 이중모음 [야]나 [와]는 시작은 각각 [이]와 [우]지만 길게 발음했을 때 끝에 가서는 둘 다 [아]로 된다.

또 위에서 보는 것처럼 한글의 모음은 [애]와 [에]의 합병(merger)으로 사실상 모음 한 개가 줄어들었고, 대충 50대 이상의 화자만이 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다. 그 여파로 [얘]와 [예]도 합병이 되었다. 또한 [왜]와 [웨]와 [외]도 사실상 거의 같은 발음이 되어,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학생들에게는 이 세 개의 발음이 사실상 다르지 않다고 가르쳐도 별 차질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아래 짝지어 놓은 낱말을 구별할 수 있는가 시험해 보자.

  • 대조예문:
    개 : 게, 사내 : 산에, 배다 : 베다, 때 : 떼, 얘 : 예, 얘기 : 예기, 새집 : 세집
  • 예문(ㅙ-ㅞ-ㅚ):
    • 왜간장, 왜곡, 괘도, 쾌히, 돼지, 연쇄
    • 궤도, 발췌, 훼손, 췌담
    • 외국어, 참외, 죄인, 쇠고기, 되다, 파괴, 열쇠

2  자음 가르치기

한글의 자음은 모두 19자로서 기본자음이 14개, 된소리자음이 5개다. 모음은 비교적 환경에 따라 그 음가가 변하지 않지만 자음은 자음접변 등 여러 가지 동화작용으로 인하여 발음의 변화가 다양하다.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본다.

19개의 자음: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 5개의 된소리자음의 표기는 두 개의 자음이 합친 것 같지만, 소리(음가)는 하나이므로 겹자음이 아니고 단자음이다.
  • 19개의 자음 중 3개(ㄸ ㅃ ㅉ)만 제외하고 모두 받침으로 쓰인다.
  • 올바른 자음의 이름: ㄱ(기억) ㄷ(디귿) ㅅ(시옷)만 제외하고 모두 "으"에다 자기 음가를 받침으로 붙여 발음하면 된다: 니은, 리을, 미음, 비읍, 등.

이제 위의 질문에 대답해 보자. 그 답을 설명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내용어와 기능어의 차이를 설명해야 한다. 내용어(content word)는 품사 중에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와 같이 실지로 의미 있는 내용이 담겨 있는 말들이고, 그 나머지는 모두 기능어(function word)로서 기능어는 조사(-는, -가, -를 등)나 연결어(그리고, 등) 등을 말한다.

우리말에서 두 개의 낱말이 연결될 때, 내용어와 기능어 (옷+에)의 경우는 앞의 받침이 뒤에 모음에 연음이 되고, 그래서 [오세]로 발음이 된다. 그러나 내용어가 두 개 연결될 때는 연음이 허락되지 않는다. 그래서 "옷+안"은 [옫]과 [안]이 따로따로 발음되어야 한다. 그 결과 [오산]이 아니고 [옫+안]이 되는 것이다. "낮일"이 [나질]이 아니고 [낟+일] -> [난닐]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3  겹받침의 발음

한국어에는 겹받침이 모두 13개(ㄲ, ㅆ, ㄳ, ㄵ, ㄶ, ㄺ, ㄻ, ㄼ, ㄽ, ㄾ, ㄿ, ㅀ, ㅄ)가 있으며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단, 쌍기역(ㄲ: 낚-깎-밖-솎)과 쌍시옷(ㅆ: 있-았-었-왔)은 단자음으로 발음된다.)

  • C1C2 중 C1만 발음:
        삯-몫-넋, 값-없, 앉-얹, 많-않-끊, 돐-곬, 싫-앓-옳-끓, 핥-흝
  • C1C2 중 C2만 발음:
        젊-곪-삶-옮-굶
  • C1C2 중 C1/C2 발음:
        짧-넓-얇, 읽-긁-늙-맑-밝-닭, 읊

4  설명하기 힘든 한국어의 이모저모

(이 부분은 필자가 강의하면서 말로 전달한 것으로 상세히 설명을 여기 적지 못했음을 염두에 두고 읽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국어학을 전공한 원어민 교사라도 설명하기 힘든 문법 문제가 있다. 하물며 비전공 원어민 교사에게랴! 아래에 주어진 몇가지를 살펴보자.

4.1  두 가지 숫자

먼저 "지금 시간은 한시 열다섯분입니다"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본다.

한국말에는 한국고유의 숫자(native Korean numbers)와 중국식 숫자(Sino-Korean numbers)가 있으며, 전자는 1-99까지, 후자는 1-100, 100이상 (억-조-경-?) 무한대까지 사용된다. (고유숫자로 100은 "온", 1000은 "즈믄"이지만 전혀 대중적으로 쓰이지는 않는다.) 시간 보는 법도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즉, "시"는 고유숫자로 (한시, 두시, 세시, 등), "분"은 중국식 숫자로 (오분, 십오분, 사십이분, 등)으로 말하는 것이 규범이다. 그러므로 "한시 열다섯분"은 "한시 십오분"이라고 해야 한다.

필자가 연구한 결과에 따라 말하자면, 범위가 적은 분야의 용법은 고유숫자를 쓰고, 큰 숫자를 상용하는 분야에서는 중국식 숫자를 쓴다고 할 수 있다. 즉, 시장을 볼 때, "사과 십개"가 아니고 "열개 주세요"라든가, "연필 두자루", "달걀 한줄(열개)에 얼마예요?"라고 하고, 돈을 셀 때는 100을 넘을 뿐 아니라 천, 만, 십만, 백만, 천망, 억, 조, 경, 등, 큰 숫자를 다루므로 "일원, 십원"도 항상 중국식 숫자를 쓰고, 고유숫자("한원, 열원")를 쓰지 않는다. 나이를 말할 때 보통 고유숫자를 쓰는 것도 사람이 대개 100살을 넘겨 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4.2  조사 가/이와 는/은

국어에서 위의 조사가 주격조사로 쓰일 때, 이것은 문법학자라도 참으로 설명하기 힘든 것 중의 한가지다. 아래 예문에서, 왜 (d)가 말이 안 되는지(비문법적)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필자는 종종 설명할 수 없는 것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그렇게 외라"고 웃으면서 말한다. 숙어가 그렇듯이 언어는 고도로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문법적인가 아닌가는 원어민의 느낌(intuition)에 기준을 둔다. 비록 설명은 못해도 그만큼 우리의 두뇌가 고도로 복잡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컴퓨터가 이 문제를 분석하려면 수십개의, 아니, 그 이상의 변이요인(variable factors)의 상호작용(interaction)을 다루어야 한다. 그런다 해도 인간의 두뇌를 따라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원어민들은 설명은 못해도 모두 각기 머리 속에서 만장일치로 같은 느낌을 유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문:
a) 나는 가는데, 그는 못 간다.
b) 나는 가는데, 그가 못 간다.
c) 내가 가는데, 그는 못 간다.
d) 내가 가는데, 그가 못 간다. (*)

4.3  복수 "-들"의 용법

거의 모든 품사와 함께 쓰이는 것 같다. (연구논문이 있을 것이지만...)

예문:
(명사) 학생들,
(대명사) 그들,
(부사) 함께들/같이들, 잘들 살어,
(형용사) 예쁘게들 하고 어디 가나?
(조사) 벽에들 붙혀 놔, 집에들 박혀 있군,
(동사) 놀덜(들) 않구 일만 허능겨?

4.4  미국에서 유학생 부인들의 호칭

우선 한국사람의 성명과 서양사람의 성명이 성과 이름의 순서가 다른 것이 문제가 된다. 요령은 그 사회적 환경(Social context)에 맞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자연스럽고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다. 사회학적 요인에 맞는 어법을 사회언어학(Sociolinguistics)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외국인에게 말할 때는 "My name is Kim Han-sik."이라고 하고, 미국사회에서 말할 때는 "My name is Han-sik Kim."라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성과 이름을 혼동하는 부작용이 없게 된다.

특히 혼동스러운 것이 유학생 부인들의 호칭이다. 유학생 부인들은 남편에 성에 Mrs.를 붙이는 경우가 보편적인 반면, 한국에서는 자기의 성에다 Mrs.를 붙이는가 하면, 어떤 여성은 남편의 성에 Mrs.를 붙인다. 여기에서 한가지 유의할 것은 자기 자신을 "I am Mrs. Kim."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Mr.나 Miss, Mrs.가 존칭어이므로 자기를 높이는 결과가 되어 당황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예 이걸 모르면 몰라도...)

한국어를 할 때와 영어를 할 때 그 사회 언어 체계에 맞게 한다. 필자가 Univ. of Penn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80년대에 미국 교수에게 한국어 회화를 가르친 적이 있다. 서로 호칭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가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영어로 말할 때는 미국대학에서 친한 교수들이 하듯이 서로 "Bill" "Yunsook"이라 부르고, 한국어로 할 때는 한국대학에서 동료교수들끼리 하듯이 "홍선생님" "한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의 이름은 Bill Hannas였으므로 뚝 잘라서 "Han선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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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2: /doc/2003/KSANC-LECTURE2-hong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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